한국에는 대중목욕탕이 있지요. 어린 시절, 항상 제 아버지께서는 새벽예배 다녀오신 후에, 자고 있는 저를 깨워서 목욕탕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나선 목욕탕 가는 길이, 왜 그리도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목욕을 하다가 제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이후에 나오셔서 몸을 씻으시는데, 제 아버지는 왼쪽 손등부터 씻고 계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지난번에도 그러셨고, 또 그 전에도 그러셨어요. 항상 제 아버지는 왼쪽 손등부터 씻기 시작해서 전신을 목욕수건으로 씻으셨던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도 목욕을 하면, 항상 ‘왼쪽 손등부터’ 씻기 시작하지요. 몸을 먼저 씻을 수도 있고 다리를 먼저 씻을 수도 있는데, 항상 저의 목욕순서의 첫 번째는 ‘왼쪽 손등’이었던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닮지요.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을 은연중에 목격하는 가운데, 하나씩 비슷해져 가는 것입니다. 어떤 면은 “꼭 닮고 싶다”는 마음으로 닮아가려 노력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또 어떤 부분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닮아지는 모습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부모가 보여준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어느새 자기 속에서 부모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흔히들, 자녀는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커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자녀에게 영향력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결코 내가 가르치는 교훈을 통해 아이들이 도전을 받고 꿈을 갖는 것은 아닌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녀들에게 ‘좋은 가르침’만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녀들은 ‘말처럼 살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실망을 합니다. “차리리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자녀가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우리 삶에 있어서 경각심을 갖게 되리라 믿습니다.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을 아버지로 둔 아들이 결혼해서 자기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된다는 것은, 정말로 부모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지요.
우리 자녀 세대에게, 좋은 것 제공하고 좋은 말 전하는 것 이전에, 새 계명인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그 안에서 소망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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